<주간조선 스노볼 대표 김준경씨 인터뷰> 김준경씨가 남성용 스프레이 제품 ‘스노볼’ 개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몇 년 전의 일이다. “다들 민망하다거나 말하기 꺼려져서 말하지 않았다 뿐이지 많은 사람이 남자의 중요한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잖아요. 더운 여름이면 온도가 올라 앉아 있기도 불편하고, 피부질환도 생기거든요. 그걸 해결해주는 제품이 없을까 찾아봤는데, 없더군요. ‘없으면 만들면 되지’ 생각했습니다.”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면 기술이 필요했다. 천연물질을 개발하는 서울대 의공학자, 미생물학 박사인 하버드대 의공학자를 찾아가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설득했다. “뿌리고 나면 시원해지는 물질을 만들었습니다. 뿌리고 나서 낮아진 심부의 온도가 최대한 지속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러면서 냄새 원인균이나 피부질환을 개선해줄 수 있고요. 한국·일본·미국 3개국에서 특허받은 천연물질을 개발해 제품을 만드는 데 딱 6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김씨는 지난해 11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Wadiz)’에 제품을 소개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서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한국에서는 주로 리워드형(후원형)이 많이 활용된다. 제품을 만들려고 하는 생산업자의 경우 대중에게 자신의 아이디어와 생산 계획을 먼저 설명하고 난 뒤 자금을 후원받는 형식이다. 후원자에게는 후원금으로 생산된 제품이 제공된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선주문 후판매’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11월에 아주 짧게 대중에 선을 보였습니다. 시범적으로 10일 좀 넘게 제품을 소개했었는데 380여명의 사람들이 펀딩에 참여해주시더군요. 원래 목표치로 삼았던 금액의 1500%가 넘는 금액을 펀딩받았습니다.” ‘이런 제품을 기다렸다’는 소비자들의 호응에 자신감을 얻은 김씨는 본격적으로 제품을 시판할 준비를 했다. 제품을 담을 용기도 새롭게 제작했고 먼저 제품을 써본 소비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제품도 개선했다. 그리고 지난 4월 다시 와디즈에 제품을 선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개에 1만7400원 하는 제품을 펀딩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2000명이 넘었다. 펀딩받은 금액만 1억원이었다. 와디즈에 올라온 전체 미용제품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펀딩 금액이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생산량을 후원자들에게 약속한 대로 차질 없이 출고했다. 만족도도 높았다. 김준경씨는 “선주문 후제작 방식이 아니었으면 세계 어디에도 없는 아이디어가 현실로 구현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품을 만들고 나서 어떤 방식으로 판매를 해야 하나 판로(販路)를 뚫는 일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와디즈’를 선택했던 이유는 와디즈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신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없던 상품이라도 니즈(수요)에 맞으면 관심을 가지지요. 저희의 스노볼은 살면서 불편함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던, 그런 소비자들에게 잘 다가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준경씨의 ‘스노볼’은 ‘펀딩’이라는 단어를 쓰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단기간에 1억원이 넘는 판매량을 올린 히트상품인 셈이다. 직접 물건을 받아본 후원자들의 반응도 좋아 앞으로는 쇼핑몰을 통해서도 판매할 생각이다. “아이디어와 시제품을 보고 과감하게 ‘펀딩’해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좀처럼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새로운 판매 방식이야말로 저희 같은 스타트업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전 조선일보 사회부,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 현 주간조선 김효정 기자 (soboru@chosun.com) 출처: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2&nNewsNumb=002558100008